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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영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국내소설, 도서추천, 알쓸신잡 출연작가

by 현돈 2022. 5. 26.


김영하 작가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었습니다. 전 e북으로 읽었는데요, 근래 태블릿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두세번 책을 고르다 드디어 끝까지 읽었습니다.

전자기기로 책을 읽는다는 게 조금 낯설었는데 작품이 가지는 힘이 강해서 그런지 몰입해서 읽다보니 종이책과 태블릿의 차이를 굳이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소설가 김영하님의 작품을 <빛의 제국>, <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래 준비해온 대답(김영하의 시칠리아)>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딱히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김영하님의 작품을 3개나 읽었네요. 다 술술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김영하라는 소설가를 알게 된 건 가수 이적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부터입니다. 그때는 어느 날 TvN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나오면서 요즘 더 유명해지셨더라구요.

이번에 읽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동명의 드라마와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딱히 책과 작가에 대한 많은 정보나
학식있는 후기는 아닙니다.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쳐 생각나는대로 적은 감상입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 모두 현실이 된대요.



책 속에 나온 문장입니다. 등장인물 제이가 한 말인데요, 이 작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 작가가 사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인지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들, 그리고 책에 실린 모든 글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이 한 문장으로 책에 나오는 모든 상황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한편으로는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고아로 살아가는 제이, 그리고 그런 제이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깊은 유대감, 정서적 연결고리가 생긴 동규, 그 중간에 전형적이지 않은 매력을 풍기는 목란, 존재는 '여기'있지만 정신은 '저기'에 존재하는 경찰 승태가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김영하 작가의 '고아 트릴로지'(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이 장편소설은 '고아'라는 단어를 여러관점으로 바라본 듯 합니다.

굉장히 처절하게 가출청소년의 삶을 그립니다. 제이와 같이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정서적으로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아이들, 각자의 외로움을 지니고 살아가는 성인도 있구요.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욕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마치 산뜻한 출근길에 옆구리가 터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나온 음식찌꺼기를 먹는 꼬질꼬질한 비둘기를 보는 듯하더라구요. 소설에 몰입할 수록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단 말이야?"라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하지만, 우리 영혼의 어느 한 부분에서 공감이란 걸 하고 있는 것일까요? 무의식적으로요.


우리들 각자는 만인을 위한 방으로 통하는
반쯤 열린 문.


그 문 틈으로 제이, 동규, 승태 그리고 작가인듯 작가가 아닌 것 같은 마지막 챕터의 화자, 어쩌면 Y까지 지나치지 않고 들여다보고 나면 다들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소설책을 덮자마자 마치 들어갔다 나온 문을 닫아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더 깊숙이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책 속에 승태가 등장하면서 폭주족 아이들에 대해 평가하는 대화가 오가긴 하지만, 책의 끝부분에는 그런 평가가 없어서 좋다. 그저 제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고민하다가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목소리가 자꾸 들린다' 이런 표현에서 우울감에 젖어 사는 삶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런 것, 어느 날 언제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 나를 지배하는 어떤 목소리의 무게, 소설 속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과 어울리는 표현같습니다. (횡설수설 무슨 말인지^^)

저는 김영하작가의 고아 트릴로지로 꼽히는 나머지 2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궁금해졌네요. 읽어봐야겠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고나면 인간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삶의 허무함도 짙어지는 것 같구요. 그래도 외면했던 어딘가를 잘 어루만져주는 것 같은 작품이라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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